
간단하게 말하면, 재밌습니다. 볼 만해요. 어쨌든 찌질한 블록버스터는 아니라는 얘깁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제목이 터미네이터 여야 할 이유가 있는지는, 음 분명 논란이 있을 수 있겠네요. 전작들로부터 따온 메카와 몇가지 세계관 설정을 제외하면 이전 터미네이터 들과는 장르부터가 엄연히 다르다고 할 수 있으니 말이죠. 솔직히 어떤 다른 이름의 미래전쟁 SF 블록버스터라고 해도 별 상관 없을 내용들이니까요. 1, 2, 그리고 적지만 3 까지 오마쥬가 중간중간 나오는 게 전작들을 가슴에 세긴 사람들에겐 반가운 장면일테고, 특히 후반부 실내 대결은 T1과 T2의 장면들을 재구성한 느낌을 줍니다. 존 코너가 T1의 카일이 되었고, 마커스가 T2의 T-800이 되고 말이죠. 솔직히 이 영화의 주인공이 누구냐고 하면, 마커스 라고 밖에 할 수가 없습니다. 비중에서나 카리스마에서나, 성격에서나 말이죠. 4에서 제시하는 키워드는 휴머니티인 모양인데, 결국 그게 마커스로 대표되거든요. 존 코너도 인간의 존엄성을 운운하긴 합니다만, 솔직히 좀...
존 코너는...아주 실망스럽습니다. 3에서 꽤 인상적이었던 게 허름한 노무자 신세가 된 존 코너 였습니다. 존 코너가 그렇게 사회부적응자가 된 이유가, 2에서 심판의 날을 저지했다고 생각하면서도, 정말 미래가 바뀌었나에 대한 불신과, 다시 기계의 위협이 왔을 때에 대한 강박적인 의무감 때문이었죠. 실제로 3에서 T-800과 행동하면서도 계속 운명, 의무, 미래 같은 것에 얽매이며 찌질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3 마지막에는 좀 깨달음을 얻은 줄 알았더니 여전히 3 때보단 덜해도 운명에 얽매여 살고 있습니다. 마치 예수가 계시를 해주듯 라디오 방송을 하며, 마커스라는 존재가 나타자나 '어머니 말씀에 저런 건 없었어, 기계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같은 대사들이 이 영화를 꼭 존 코너 슈퍼스타 처럼 만들어 버립니다. 마지막엔 2의 코드였던 '정해진 운명은 없다'를 다시 되뇌입니다만, 4에서 보여준 존 코너의 모습을 보면 영...이제 5에서는 완전한 지도자가 될 것 같으니 정신 좀 차려줬으면 좋겠네요. 영화 감상에 대한 얘기는 여기까지.
-1, 2, 3에서 보여진 미래전쟁은 레이저가 날라다니는 그런 미래전쟁 이었는데, 존 코너가 아직 젊어서 그런지 몰라도(하지만 전작들에서 가늠해보는 미래의 존 코너도 4랑 그리 차이가 나는 연배는 아닌데...) A-10이 날라다니고, UH-1이 날라다니고, 병사들은 M4를 들고 다니는 그런 전쟁터입니다. 게다가 전작들에서는 전장의 밀도가 엄청나게 높아보였는데, 4에서는 엄청 한산해요. 매드맥스나 폴아웃 정도 수준이라고 보면 될 거 같습니다. 인구가 팍 줄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기계도 그다지 바글바글 거리지는 않고 어쨌든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뭐 이거야 역사가 바뀌어서 전쟁도 바뀌었다고 우기면 되긴 하겠죠.
-마커스의 존재는 영화 끝에서도 여전히 모호합니다. 도입부에서는 심판의 날 이전 사이버다인 사의 사이보그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실험체가 된 것으로 나오지만, 끝에 가서는 스카이넷이 존 코너를 끌어들이기 위해 만든 함정이라는 식으로 나옵니다. 사실 자기도 모르는 새 기계화된 사람을 저항군에 침투시킨다는 건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습니다. 인간이 아닌 스카이넷 관점에서는 인간 속에 자연스럽게 숨어들 수 있는 암살자를 프로그래밍 하는 게 어려웠겠죠.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사람을 가져다가 사람으로써의 부분을 상당부분 남겨두면서, 개조와 약간의 세뇌/조작을 통해 침투시킨다는 것이고 그게 마커스라고 한다면 썩 괜찮습니다. 그리고 사이버다인에 사체를 기증한 것은 조작된 기억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문제는 마커스가 후반부에 과거 기록을 검색할 때 여박사가 실존한다는 게 엄연히 확인됐다는 겁니다. 마커스를 만든 건 사이버다인인가, 스카이넷인가...절충할 수 있는 건 사이버다인이 진행하고 있던 사이보그 프로그램이 완성되기 전 심판의 날이 일어났는데, 스카이넷이 마커스를 발견하고 손보았다는 것이겠습니다만, 으흠...
-마커스가 제어장치를 부수는 장면은 흠좀...인간승리를 연출하기 위한거라 해도 이건 좀...
-카일 리스도 살생부에 포함되어 있었는데 스카이넷은 카일 리스를 알아보고도 존 코너를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로만 쓰지 마지막에 가서야 존 코너랑 같이 죽이려고 합니다. 아니, 존 코너가 정말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데 카일 리스만 죽이면 끝인 거 아닌가...멍청한 스카이넷
-스카이넷이 왜 사람들을 잡아가는진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마커스 같은 걸 무더기로 만들 생각이라면 모르겠는데, 그것도 아닌 거 같고...
-결국 마커스는 존 코너를 끌어 올리기 위해 죽어야 하는 운명이었던 것인가? 이것도 낙하산(?) 캐릭터의 비애인가...
-오오, 주지사 님은 영원하시다
-거대 터미네이터에서 나오는 모터 터미네이터는 어이쿠, 트랜스포머
-스카이넷 본거지 쳐들어가기 참 쉽네요. 진짜 본거지는 아니었지만 이건 좀 너무 쉬운 거 아닌가
-마지막 폭발은 꼭 '스카이넷, 물리쳤다!' 느낌인데 나레이션은 '스카이넷의 네트워크는 건재하다' 쩝쩝쩝
-솔직히 개봉 전 루머로 떠돌았던 존 코너는 죽고, 존 코너 껍데기를 쒸운 터미네이터가 존 코너의 빈자리를 대신한다- 는 게 스토리로서 본다면 훨씬 나았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후속작을 만들어야 하므로...쩝쩝쩝









덧글
카바론 2009/05/25 22:55 # 삭제 답글
말씀하신 마커스의 정체에 관한 부분은 아니나 다를까 개연성 떨어진다고여기저기서 많이 지적받던 부분이더라고요.
Lucypel 2009/05/25 22:55 # 답글
흐엑, 아직 안 봤는데 다 당했네요. ㅇ<-<
독고구패 2009/05/25 22:57 # 삭제 답글
속편 <스카이넷의 역습>도 기대해볼만 하죠. ^^
rumic71 2009/05/25 22:57 # 답글
박사가 실존한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그냥 그 얼굴을 빌려다 썼을 뿐이라서요. (그래서 계속 얼굴이 바뀌죠)
계란소년 2009/05/25 23:01 #
마커스가 과거 기록을 검색할 때 박사가 죽었다는 신문기사가 나옵니다. 그것도 스카이넷의 조작이라고 하면 할 말 없지만 그래야 할 이유가 없죠. 그런 고로 박사는 실존한다고 보는 게 타당합니다. 박사가 허구라는 걸 강조하고자 한다면 기록 검색 씬을 없애면 간단하게 해결되는 문제입니다.
더카니지 2009/05/25 22:57 # 답글
아무래도 자기들도(스카이넷 네트워크는 아무래도 복수의 집단체적 존재?) 타임 패러독스 관련해서 좀 오락가락한가 봅니다. 카일 리스와 존 코너가 나중에 자신들을 위협할 존재라는 정보를 전쟁 초창기부터 얻은 것 자체가 시간 여행에 따른 정보(아마 3편의 T-X가 스카이넷 시스템에 제공?)인 것이고 카일 리스의 존재는 어떻게 보면 스카이넷의 성립에 영향을 주는 존재이기도 하니.그리고 인간 잡아가는 문제는 예고편에 나옵니다. 본편에서는 잘려나갔지만(예고편에 나온 장면이 본편에 안 나온게 의외로 됩니다. 맥지 자신도 30~40분 잘려나갔다고 언급하고) 존 코너가 말하길 T-800의 생체 피부를 위해 인간들을 잡아간다고 예고편상에서 얘기하는군요. 아직 초기라 그런지 유전학적 시설은 대규모로 갖추지는 못한 듯?
Allenait 2009/05/25 22:59 # 답글
주인공은 마커스입니다.(...)
JOSH 2009/05/25 23:02 # 답글
찌질한 블록버스터... 인거 같던데.. -,-
계란소년 2009/05/25 23:38 #
모름지기 블록버스터라면 T4 정도 허술함은 가져줘야 하는 겁니다. 그럼 찌질한 블록버스터는?
네코 2009/05/25 23:06 # 답글
아무래도 연결이 자연스럽지 않아..전작과의 연관성을 중요시 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편집을 많이 해서 그런건지..
여튼 재미는 있었는데 흐름에 허점이 많이 보였음..
THX1138 2009/05/25 23:06 # 답글
존 코너가 주인공이란건 고도의 훼이크였습니다......(흑 존 코너)
울트라김군 2009/05/25 23:13 # 답글
세뇌를 안한걸 보니 영상 자료로 가면 라이더를 본 모양입니다[...]
독고구패 2009/05/25 23:34 # 삭제 답글
"내가 조연이라니 내가 조연이라니...."베일이 촬영 중에 욕설을 퍼부었던 이유 중의 하나가 이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나이브스 2009/05/25 23:56 # 답글
엄마 헌터킬러사줘~
Platinum 2009/05/26 00:09 # 답글
어째서 Salvation 이 '미래전쟁의 시작' 으로 번역되는 건지 의문.
블랙 2009/05/27 10:02 #
개봉하기전 제목은 'Terminator Salvation : Future Begins' 였습니다.그냥 그 제목으로 개봉하나 했는데 어느사이엔가 그냥 'Terminator Salvation'로 바뀌었더군요.
코끼리엘리사 2009/05/26 00:35 # 삭제 답글
들은 루머로는 말씀하신 엔딩으로 만들다 유출되서 바꾼 엔딩이라는 소문이더군요.다른 것보다 미국인들이 그리는 '숭고한 희생'은 보통 미묘한게 많고 지금엔딩도 마찬가지였죠;
로오나 2009/05/26 00:36 # 답글
맥지의 인터뷰를 보니 3도 인정하고 이 영화가 만들어졌다는군요. 그렇게 보면 스카이넷이 건재한 것은 당연합니다. 3에서 스카이넷은 인터넷에 기생하는 거대한 정보의식체 같은 것이 되어버렸으니까요.(참 21세기적으로 진화했다고 해야 하나) 아마 거점이 될 수 있는 네트워크 서버가 여러개 존재하면서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돌아가고 있겠죠. 인터넷이 없어지지 않는 한 스카이넷도 건재.1에서 변하고 2에서 변하고 3에서 변하다 보니 이제 과거에 보여줬던 미래와 지금의 미래가 다른 것은 매우 당연하게 느껴집니다. 이 부분이 수많은 논란거리가 되는 모양인데, 오히려 영화의 가치를 높여주는 것 같기도 하군요. 논란의 여지가 많고 토론할 여지가 많다는 것 자체가 관객의 참여도를 높여주는 느낌이라 감상과 의견 보는 재미가 진짜 쏠쏠합니다^^
맥지는 할만큼 했다고 봅니다. 편집문제로 많이 까이는데 이건 감독이 아니고 제작자를 까야할 문제고;(애당초 PG-13 등급 만드느라 들어낸 부분도 많다는데)
계란소년 2009/05/26 10:42 #
이런 식으로 볼 수도 있거든요. 핵전쟁이 난 뒤 당연히 인터넷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고(전세계 컴퓨터 상당수가 소실됐을테니), 그로 인해 스카이넷은 자신이 근거할 물리적인 슈퍼 컴퓨터를 만들었어야 했다...3를 인정한다면 4에서 스카이넷 폭격 같은 뉘앙스를 풍겨서는 안 됐을 겁니다. 존 코너를 비롯해 인류군이 스카이넷이 클라우드 AI라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로오나 2009/05/26 11:10 #
스카이넷의 본체라고 할 수 있는 서버군들이 존재하는게 아닐까요 :) 스카이넷은 핵공격 이후 남아있는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영리하게 자신들의 생명선을 구축하고, 그것을 돌리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구축했다.(그것들이 이번에 부숴진 것 같은 슈퍼컴퓨터들이겠죠) 기계들 자체가 무선 인터넷으로 연결되어있는 것으로 보아서 더더욱.
계란소년 2009/05/26 11:14 #
그 러니까 그런 세계관이라고 한다면 애초에 스카이넷 폭격 같은 뉘앙스를 풍겨서는 안 됐다는 거죠. 영화 중 브리핑이나 맵 화면 같은 걸 봐도 4에서의 총공격은 미국 서부에만 집중되어 있습니다. 거기다가 전쟁을 끝낸다는 대사 등등, 결과적으로 스카이넷 본체가 한개라는 암시를 팍팍 줘버렸습니다. 그래놓고 마지막에 가서 시치미를 땐 거죠. 사실 한개 아님 ㅇㅇ
로오나 2009/05/26 12:27 #
그 부분은 마지막에 대사를 들어보니 존 코너가 '글로벌 네트워크는 건재하다'라고 말하던데, 미국 서부의 스카이넷 서버는 작살내서 대충 해결됐고, 이제 미국 서부를 거점으로 전세계 스카이넷과의 싸움이 시작된다는 이야기로 받아들였습니다 저는.
계란소년 2009/05/26 13:30 #
제가 지적하는 게 그거죠. 본편에서 풍기는 내용과 말로 하는 결론이 다르다는 거
vv 2009/05/26 00:41 # 삭제 답글
2에서의 미래전쟁은 2029년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4의 배경은 2018년이죠.풍경이나 무기가 차이 나는 것은 당연한 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