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망했어요 by 계란소년


 토요타는 흔히들 돈만 미친듯이 때려박고 성과는 못 내는 팀으로 비웃음을 사곤 한다. 하지만 잊지 말자. 토요타가 재정적으로 F1을 견뎌낼 수 없다면, 그 어떤 매뉴펙처러도 견뎌낼 수 없다. 토요타의 이탈은 사실상 모든 매뉴펙처러의 이탈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비록 르노와 메르세데스 벤츠가 아직 간신히 남아있기는 하지만...매뉴펙처러 팀이라는 구상은 그동안 F1을 지탱하던 담배광고가 법적으로 제한되면서 버니와 맥스가 찾은 돌파구였다. 한발 먼저 엔진공급자로 복귀했던 메르세데스 벤츠와, 그 뒤를 이어 독립팀을 인수해 참가한 혼다와 르노, BMW, 그리고 독립팀 인수가 아니라 독자팀을 창설한 토요타는 이 시기의 산물이다. 하지만 이들 팀들의 연혁을 살펴보노라면 플라비오 브리아토레와 페르난도 알론소의 덕으로 2번 챔피언을 차지한 르노를 제외하면 대부분 변변치 못한 성과를 거뒀음을 알 수 있다. 하필 슈마허 시대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슈마허가 없어진 뒤에도 매뉴펙처러 팀들의 사정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F1은 페라리와 맥라렌이 강세이고, 매뉴펙처러들은 그들이 흘린 포인트나 주워먹는 신세였다.

 올해 초반의 신규정에 따른 격동은 매뉴펙처러들에게 최적의 기회로 여겨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기회에도 불구하고 혼다는 시즌이 시작하기도 전에 F1을 떠나버렸고, 시즌 중간에 BMW가 철수하는 일까지 생기고 말았다. 사실 기술기반이라고는 하나 모터스포츠도 엄연히 스포츠이다. 어쩔 수 없는 텃새라는 것이 있는 법이고, 운도 어느정도 따라줘야 하며, 긴 슬럼프를 겪을 수도 있는 법이다. 하지만 자사의 이미지 재고를 위해 F1에 참가하는 매뉴펙처러들에게는 장기적인 성적부진은 돈만 쏟고 손해본다는 인상을 주기 십상일 것이다. F1을 이미지 비즈니스로 생각하는 매뉴펙처러들은 애초에 F1과는 생리적으로 맞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독립팀 만이 윌리엄스가 그랬듯 10년 넘게 챔피언십에 승리하지 못 하면서도 F1에 남아있을 수 있는 존재이다. 매뉴펙처러의 거대자본에 힘입었던 화려했던 시절은 이제 끝났다. 독립팀이 늘기는 하겠지만, 독립팀이란 원래 수명이 길지 못한 법이다. 한동안은 1년마다 팀 소유주가 바뀌는 모습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우리는 다시 담배회사도, 자동차회사도 없었던 시절의 F1으로 돌아가려 하고 있다. 그것이 정녕 즐거운 것인지는 알 수 없겠지만...

ps.한편으로 토요타 이탈로 가장 염려되는 것은 일본 드라이버들의 장래이다. 이제 일본의 백업이 사라졌으니, 일본 드라이버들은 순전히 실력으로 승부해야 하지만, 실력 이외의 요소에서도 일본 드라이버들은 구미 드라이버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있다. 내년에는 일본 드라이버가 한명도 없을지도 모를 일이다. 철수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슈퍼 아구리 처럼 일본 독립팀에 엔진공급 및 부분 출자 하는 정도로 개구멍은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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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카니발 2009/11/04 21:11 # 답글

    카페타는 이제 어떡한다죠[...]
  • RedBang 2009/11/05 04:20 #

    T.T
  • 로리 2009/11/04 21:37 # 답글

    일본 드라이버는 안 그래도 유럽세에 밀리는데요. 또 일본이 너무 로컬화 되다보니 F1에 관심이 없어지는 것도 문제이고요.
  • 별빛수정 2009/11/04 22:19 # 답글

    도요타마저...ㅠㅠ 그럼 고바야시는 어떻게 될까요-_-;;;;;;
  • TrueNine 2009/11/05 03:37 # 답글

    이거 좀 좋쿠나...
  • SHUK 2009/11/05 04:24 # 답글

    도요타 결국 ㅠㅠ
  • dhunter 2009/11/05 11:59 # 삭제 답글

    몇년동안 도요타는 '페라리 다음'으로 돈을 많이 썼던 팀이었음도 잊으면 안되겠죠. 바이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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